터키(튀르키예)의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동의와 유럽 안보 전망
22년 6월 28일 터키가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양해각서(memorandum)를 체결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힌 후 터키의 반대로 인하여 갈등이 있었으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6월 29-30일 나토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에
터키의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 핀란드의 니니스퇴(Sauli Vainamo Niinisto) 대통령, 스웨덴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 총리가 마드리드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고, 세 정상의 협상 끝에 28일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나토 사무총장이 세 정상의 양해 각서 체결을 발표하였습니다(Sabbagh 2022).
이번 포스팅에서는 터키의 스웨덴, 핀란드 나토 가입 지지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과정을 살펴보고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 가입에 따른 이후 유럽의 안보를 전망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 가입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6월 25일 포스팅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인과 발발의 과정"을 먼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탈냉전 이후 1990년대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반발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1995년 나토의 보스니아 전쟁 개입에 따른 친러시아계 세르비아를 폭격한 사건과 더불어
1999년 체코, 헝가리, 폴란드의 나토 가입,
2004년 불가리아, 발트 3국, 루마니아,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의 나토 가입,
2008년부터 시작된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
그리고 2009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나토 가입으로 인한 지속적인 나토의 동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국제관계 이론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스테픈 왈트(Stephen M. Walt)의 위협균형이론(Balance of threat theory)입니다. 왈트는 신현실주의 학파의 학자로 왈츠(Kennneth Waltz)의 세력균형이론(Balance of power theory)을 발전시켜 위협균형이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왈트는 국제사회에서 대부분의 경우 국가들은 위협에 대항하여 균형(Balance)을 이루는 선택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말해 위협적인 국가가 나타나면 이에 대항하는 동맹의 형성하여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죠. 물론 예외적으로 위협이 되는 국가에 편승(Bandwagoning)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없는 예외적인 사항에 해당한다고 왈트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가 위협이 될까요? 왈트는 다음의 네 가지 변수로 인하여 위협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1. 전체적인 힘(aggregate power)
2. 지리적 인접성(proximate power)
3. 공격적 군사력(offensive power)
4. 공격적 의도(offensive intention)
단순히 국력이 가장 강한 국가가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그리고 공격적인 군사력과 그러한 의도를 보일수록 위협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그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동맹을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Walt 1985, 8-13).
나토의 동진은 미국을 필두로 한 군사동맹인 나토가 점차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인접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나토의 동진은 나토 군사력의 동유럽 배치로 이어져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나토의 의도를 공격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러시아는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중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게되었으며,
서쪽으로는 벨라루스와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나토의 위협에 대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나토와 러시아의 본토와 직접적으로 맞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8년 조지아와의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및 돈바스 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불사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왈트의 이론은 어디까지난 신현실주의에서도 국가의 목적인 팽창이 아닌 안보에 있다고 보는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의 논문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했었죠. 미어샤이머는 이러한 분석이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왈트의 방어적 현실주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계속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스웨덴과 핀란드를 위협했고, 이들 국가가 나토에 가입하여 위협균형을 이루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겠습니다.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로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 길이는 무려 1,340Km 입니다. 핀란드는 100여년 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고, 1917년 러시아 제국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을 계기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핀란드는 러시아를 매우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39년 11월 30일부터 1940년 3월 13일까지 핀란드는 소련과 겨울전쟁(Winter War)를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냉전 기간에도 핀란드는 소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여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계속해서 중립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당시 핀란드는 소련의 침공을 우려하여 소련에 매우 유화적인 외교정책을 펼쳤고, 이를 두고 당시 나토에서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이라고 일컬으며 주변국의 공격을 우려하여 위협이 되는 국가에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비판적인으로 인식하기도 했습니다(Quester 1990, 34). 그래서 냉전 시간 핀란드는 나토는 물론 유럽연합(EU)에도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련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핀란드는 소련이 해체된 후 1994년에서야 유럽연합(EU)에 가입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2022년 핀란드의 러시아를 안보적인 측면에서 자극하지 않으려는 오랜 외교적 기조를 거두고 나토 가입을 선택하였습니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1797년부터 1815년까지의 나폴레옹 전쟁을 끝으로 중립국의 지위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중립국의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였습니다. 스웨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 군용기의 잦은 영공 침범으로 인하여 러시아에 대한 위협 인식이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스웨덴의 위협 인식의 상황에서 200년 넘게 유지해온 중립국의 원칙을 끝내고 나토 가입이라는 중대한 정책결정에 이르는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빠르게 나토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터키에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첫째, 핀란드와 스웨덴이 터키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당(PKK: Partiya Karkeren Kurdistan) 소속의 테러범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였으며 이들이 보호하고 있는 이들은 쿠르드족이긴 하지만 PKK 소속을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터키는 이들이 PKK 소속이라고 주장하며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시리아 내전과 이에 따른 터키의 조치와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시리아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이 미군의 도움으로 ISIS를 격퇴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였고 지역에서의 장악력을 확고히하며 세력을 키웠습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성장은 터키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터키는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하며 이들 세력이 터키 영토 내로 가까이 이르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2019년 유럽연합은 이러한 터키의 군사적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며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였고 이때 핀란드와 스웨덴 역시 이에 동참하였습니다. 나토 가입 이슈와 관련하여 터키는 스웨덴과 핀란드에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해제를 요구하였습니다(Turak 2022).
하지만 이번 세 국가 정상의 협상을 통해서 터키의 요구가 수용되었고 결국 두 국가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던 유일한 장애물이 제거된 것입니다. 이로서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동유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를 나토가입국으로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나토 확대로 인하여 특히 눈여겨 볼 지역은 발트해(Baltic Sea)입니다.
발트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일명 발트 3국이라 불리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그리고 폴란드, 독일, 덴마크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그 한 가운데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부동항으로 발틱 함대가 위치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중요한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으로 인해 발트해는 나토의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토는 러시아와 더 긴 국경을 맞대게 되었고 해상에서 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나토의 동진에 따른 대응으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다시 나토의 팽창을 야기하며 러시아의 안보 위협 가중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가 설명한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와 분쟁의 나선형 모델(Spiral model)로 잘 설명이 됩니다. 이 이론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토의 동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다시 나토의 확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냉전를 거치며 CSCE, OSCE로 발전하며 유럽의 안보는 오랜 기간 안정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미래 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또다른 분쟁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앞으로 이 지역의 안보 상황 변화를 계속해서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Reference
- Sabbagh, Dan. 2022. "Turkey lifts objections to Finland and Sweden's Nato bid." The Guardian(June 28).
- Turak, Natasha. 2022. "Conflict, politics and history: Why Turkey is standing in the way of Sweden and Finland's NATO bids." CNBC(May 23).
- Quester, George H. 1990. "Finlandization as a Problem or an Opportunity?"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512: 33-45.
- Walt, Stephen M. 1985. "Alliance Formation and the Balance of World Power." International Security 9(4):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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