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Coercion) vs 억제(Deterrence) vs 강제(Compellence)
저의 국제관계학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다짜고짜 학생들에게 뭔가 하기 싫은 것들을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왜 그걸 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힘(power)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매우 명료하고 기억에 남는 설명이었죠.
오늘을 이러한 힘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거나 국제분야의 신문기사를 보다보면 "강압" 또는 "억제"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한미동맹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확장억제"라는 용어가 수시로 등장하죠.
그리고 미국이나 중국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강압"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합니다.
국제관계학의 아주 중요한 개념인 강압, 억제, 강제는 많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세 가지를 명확히 구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장 넓은 개념 강압(Coercion)
강압(coercion)은 힘(power)을 이용하여 상대를 위협(threat)해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거나,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죠. 따라서 오늘 다루는 억제와 강제를 모두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협(threat)을 하는 것을 그 힘을 사용(use)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전쟁을 하겠다고 위협을 하는 것은 강압이고, 실제 그 힘을 사용하게 되면 군사분쟁 또는 전쟁이 되는 것이죠.
많은 경우 힘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위협이 선행됩니다.
왜일까요? 당연히, 힘을 사용하는 것보다 힘으로 위협을 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떠한 상대가 무엇을 하도록(또는 하지 않도록) 위협할 것인가? 이에 따라 억제와 강제가 달라지게 됩니다.
2. 억제(Deterrence)와 강제(Compellence)
Deterrence는 억제 또는 억지라고 표현합니다. 사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학에서는 Deterrence를 억제라고 번역하든 억지라고 번역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미묘하게 다르게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억제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일상과의 괴리가 덜하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억제는 무엇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현재 상태 그대로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려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힘으로 위협하는 것을 말합니다. 억제의 위협은 다음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억제: "X하면 Y할 것이다."
반면 강제(compellence)는 상대의 행동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협박, blackmail), 어떤 행동을 멈추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강압외교, coercive diplomacy). 강제의 위협은 다음의 형태로 표현되죠.
강제: "Z까지 X하지 않으면 Y할 것이다."
억제와 강제의 가장 큰 차이는 Z로 표현되는 기한(time limit 또는 deadline)의 유무입니다.
억제는 기한이 없고 강제는 기한이 있죠.
억제는 사실 그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 상대가 앞으로도 행동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하지만 강제는 그 작동 여부를 명확히 알수 있습니다. 위협하는 자가 설정한 기한까지 행동을 시작하거나 멈추지 않았다면 강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죠.
두 가지 이유에서 위협하는 자에게 부담이 됩니다.
첫째, 억제의 경우 상대(위협을 받는 자)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협받는 자는 사실 어떠한 행동을 할 의도가 없었는데, 위협을 하는 자가 괜히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러므로 위협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꼭 위협하는 자의 위협이 두려워서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여겨질 수도 있죠. 다시말해 억제가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위협을 받는 자의 자존심이 덜 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둘째, 강제의 경우 상대가 행동을 기한 내에 변화하지 않으면 위협을 하는 자가 위협을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위협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협을 하는 자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되게 됩니다.
따라서 위협하는 자는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죠.
3. 억제와 강제의 국제정치
실제 국제정치에서 억제와 강제는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입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대상으로 강제를 하였고, 소련은 위협을 느끼고 행동을 변화하였죠.
대부분의 국가는 주변의 적의 공격을 항시 억제하고 있습니다. 동맹은 억제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죠.
억제와 강제를 구성하는 요소 및 사례에 관해서는 이후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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